다잉인사이드 - 로버트 실버버그
과연 우리 주변에 있을까? 독심술, 초능력, ESP, 초감각지각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제 6의 감각을 지난 사람. SF소설이라기에는 너무 현실적이고 현실적이라기에는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는 독심술이라는 능력이 SF적이다.
이야기는 단순하다.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의 마음뿐 아니라 영혼 깊은 곳의 울림까지 꽤뚫어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남자가 그 능력으로 인해 어떻게 파괴되고, 그 능력이 사라지고 평범한 인간이 되기까지 겪게 되는 인간관계의 혼란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.
타인의 마음을 꽤뚫어보는 그 남자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. 인간(심지어 자신을 낳아준 부모조차) 내면의 잔인함을 한겨울 차가운 타일바닥에 누워서 몸서리치는 추위처럼 느끼는데 그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. 어렸을 때부터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외톨이가 되고 뛰어난 지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못한다. 사랑은 단 2번. 모두 합쳐 6주 정도?
자신을 세상과 갈라놓고 자신의 심성마저 부셔버린 그 증오스런 능력이 어느날 부턴가 갑자기 약해지기 시작하는 순간, 주인공은 그 능력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곧 그 능력을 잃는다.
전체적인 문체나 이야기가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, 작가의 섬세한 사고능력은 감탄할만 하다.
우리는 항상 타인의 생각이 궁금하다.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? 오늘 입은 내 옷이 저 사람 눈에 어떻게 보일까? 괜찮을까? 날씬해 보이나? 또 다르게 얼굴 표정과 다른 교활한 생각은 얼마나 많이 하나. 얼굴을 생글생글 웃으면서 속으로는 "아~ 씨~ 말 좀 짧게 해라 자슥아~" 또는 반갑게 미소짓는 얼굴로 인사하면서 "이 인간을 여기서 만나네.. 쩝~" 하기도 한다.
그 다양한 상황과 생각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가 참 놀랍다.
그리고 주인공의 행동을 계속 따라가면서 문득 이런 느낌이 들었다. 나를 규정하는 것은 뭘까?
내가 누군가?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오랫동안 찾으면서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 자신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규정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믿게 됐다. 그렇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?
아직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다.
좀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참으로 한심한 소설이지만,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.
주인공이야 하도 희한한 능력때문에 자신을 규정하는데 어떤 어려움도 없었지만 나는 나를 어떻게 뭐라고 규정할까..
꼭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만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.
이런 것들을 앎에도 불구하고 아무 판단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.
아이고야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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